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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꿈이 있는 삶은 설렘의 연속

 지난 일요일 동이 트기 전 어둠 속에서 넓적한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센트럴파크에서 4마일 달리기가 있었다. 눈이 얼어붙어 도로가 미끄러우면 운전이 걱정되었지만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보니 내리자마자 눈이 녹아버렸다. 나뭇가지에는 하얗고 두툼한 옷을 입고 있다. 떨어질 마음이 없는지 요동이 없다. 바람도 불지 않고 소복한 눈이 얌전히 자리 잡고 있어 나뭇가지가 더 또렷하게 보인다.     오늘은 마지막 센트럴파크에 가는 날이다. 뉴욕마라톤클럽은 15번 뉴욕마라톤을 골인한 회원에게 매년 실시되는 뉴욕마라톤 대회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자기가 뛰는 시간에 따라 3시간씩 기다리는 불편함도 복잡한 신청 예약도 간소화해주는 혜택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달리기에 참석하려면 2시간 전에 센트럴파크에 도착하여 주차를해야 되는데 예전에는 매디슨 애브뉴가 비어 있어 쉽게 주차가 되었으나 지금은 길가에 식당이 자리 잡고 있어 주차가 무척 어렵다. 여행하려고 비행장에 2시간 일찍 도착은 해보았지만 운동하려고 2시간 전에 나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번호표를 찾고 기다리는 장소에 있으면 젊은 이삼십 대들이 우르르 밀려온다. 그 틈새에 끼어 있으니 축복받은 느낌이다. 누가 이 할머니를 자기들 놀이에 끼워줄까를 더듬어 생각하면 그 어떤 일보다 즐겁고 가슴이 뛴다. 우리 가게손님 중에 내가 마라톤 하는 것이 부러워 자기들도 시작했다. 일주일에 몇 번 연습하면서 때려치우고 싶어도 나를 보면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연습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는 찾아와 2마일 뛰고 더 뛸 수가 없어 걸었다고 한다. 참 잘했다. 뛰다 걷다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뛰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계속 뛰게 된다고 했다. 꿈꾸는데 누구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고 구할 생각도 말아라. 그냥 너의 꿈일 뿐이다. 꿈꾸는 데 무슨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너 홀로 네 마음에 하는 독백으로 여겨라.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 나처럼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상상하며 때로는 살아가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단순한 꿈으로 끝날지 아니면 언젠가는 실현될지 모르지만 가슴에 흠모하는 사람이 생긴 것처럼 가슴이 설레면 된다. 꿈이 있는 삶은 언제나 설렘의 연속이다.   그녀는 동네에서 개최하는 3마일 달리기에 출전했다. 2마일은 달리고 1마일은 걸었다고 했다. 그래도 끝마친 그 순간은 뛸 듯이 기뻤다고 자랑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달성되는 것은 없다. 일주일에 한두 번 몇 달 연습하고 26마일을 뛸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누가 도전을 안겠는가. 조금씩 쉬지 않고 적당한 간격으로 계속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라톤 완주를 할 수 있다. 자기가 해낸 그 열성과 땀방울이 보약보다 좋다는 것을 느낄 때 몸 스스로가 밖으로 내달리게 되는 것이다. 한번 마라톤 완주하고 나면 참가 인원의 과반수는 다음 마라톤을 포기하고 다른 과반수는 마라톤에 미쳐버린다는 통계가 있다. 어느 쪽이건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어느새 똘똘 뭉쳐 단단해진 허벅지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동네 한 바퀴에서 소도시 또 다른 나라 곳곳으로 세상을 열어준다. 대회 일정이 정해졌을 때의 설렘처럼 새로운 꿈으로 가까이 가기 위한 설렘 가득한 시간을 보내며 작은 계기가 작은 희망이 생각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삶은 꿈꾼 만큼 행복하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뉴욕마라톤 대회 마라톤 완주 사람들 마라톤

2022-02-23

[삶의 뜨락에서] 연습 또 연습 그리고 인내

뉴욕마라톤 대회가 50주년을 맞이했다. 작년이 50주년이었는데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 6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3만 명으로 축소했다.    나는 새벽 4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맨해튼 메트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파킹 하고 5번가 42가까지 걸어 버스를 타야 했다. 42가에 도착하니 버스를 기다리는 선수들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6시 15분 버스를 타고 스태튼아일랜드에 7시 30분 도착했다. 내가 기다려야 할 자리에 들어서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12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차례다.     친구 남편은 9시 출발이다. 9시 출발자는 2시간대에 완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비행기다. 운 좋게 나도 9시 출발했다. 베자라노브리지 건너 브루클린 4번가에 들어섰다. 아무도 없다. 나 혼자 그 넓은 도로를 뛰고 있다. 5마일 정도를 혼자 달리다 보면 두 번째 3시간대에 완주하는 그룹이 달려온다. 그 사람들도 앞서 가버리고 나면 또 혼자서 달린다. 내 가슴에는 34548이라는 번호가 붙었다. 길가에 응원하는 사람들도 환호한다.    달리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난다. 아주 젊은 남자가 내 옆에서 같이 뛰자고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는 다리 수술을 받아 뛰지는 못하고 걷는 것이다. 나하고 속도가 비슷하다며 계속 같이 걷고 뛰었다. 나는 힘들어 말할 기운이 없는데 이 사람은 계속 말을 건다. 대답을 포기하고 그냥 뛰었다.     뉴욕마라톤을 15번 이상 완주하면 특별대우를 한다. 등에 몇 번 참가했고 특별한 사람을 위해서 뛰거나 자기가 도와주는 단체나 가족 친지를 위해서 달린다는 문구를 집어넣어 프린트해준다. 48번 달렸다는 사람을 보았고 42번, 37번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달리지는 못해도 걷는 속도가 뛰는 사람보다 빠르다.   선수들을 위해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딸랑이를 가져와 흔들고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거나 파이팅을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친다. 그리고 바나나, 캔디, 초콜릿, 오렌지를 잘라서 그릇에 담아 내민다. 물을 받아 마시는 것보다 오렌지 한쪽 삼키는 것이 피로한 몸을 일으키는 효소 역할을 한다. 뉴요커들은 삶을 즐기는 묘미가 있다. 다른 마라톤 대회보다 뉴욕은 많은 사람이 길가에 나와 응원하고 자신이 선수인 양 즐기고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운다. 이번 대회는 외국 선수들이 많지 않다. 요란한 커스텀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자기가 연습한 역량을 내보이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처음부터 잘 뛴다고 끝까지 잘 뛰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뛴다고 늦게 마치는 것도 아니다.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내 몸이 뛸 수 있는 조건에 다다른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정량 꼬박꼬박 연습하다 보면 달릴 수 있고 5마일 짧은 거리를 달리다가 10마일, 14마일, 26마일을 달릴 수 있는 컨디션으로 만들어 간다. 아침 4시에 일어나 12시에 시작하는 경주에 직면해 보면 참고 참는 인내가 자리 잡아야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도 경주에 들어서면 가슴이 뛴다.     90가 센트럴파크에 들어서면 2.5마일 파크를 돈다. 파크에 들어서는 순간 다 끝났다 싶지만 2마일은 완전히 지치게 한다. 그래도 삼겹살, 갈비, 대구 매운탕으로 몸보신 시켜준 친구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지친 몸이 조금 느슨해진다.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머리 위로 내려앉는다. 완주했다는 시계가 바로 앞에 있다. 6시간 25분을 밟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고 50주년 메달이 내 목을 휘감았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연습 인내 뉴욕마라톤 대회 외국 선수들 오렌지 한쪽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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